♣산 넘고 물 건너...

2009 코흘리개들의 정기모임

만경산 2009. 11. 23. 14:11

약수터 가는 길

 

“여보! 개업식이 몇 시야?”

“12시에요.”

그러면서 빈 물통을 챙겨 배낭에 담는다. 이런 나를 보고 아내는

“오늘 또 어디가요?”

나는 그런 아내의 말을 귓전으로 흘린 체 쓰레기통을 비우고, 베란다에 나가 화초들을 거실로 옮기고, 청소기로 집안 구석구석 청소를 한다.

이런 나의 행동이 아무래도 이상했던지 아내는

“오늘은 어디가시면 안 돼요.”

다시 한 번 더 다짐을 받으려는 듯 나의 대답을 기다린다.

난 아무 말 없이 벙거지 모자를 쓰고, 쓰레기봉투와 물통을 들고 집을 나서려고 하는데 아내가 같이 나가자며 강아지에게 목줄을 하고 따라 나선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약수터 가는 길은 조용하다.

차를 약수터 공터에 주차를 하려니 주차 공간이 없어 할 수 없이 옆길에 세워놓고 물통을 가지고 약수터 길로 올라가는데 아내가

“여보! 오늘은 산행 안 해요?” 하고 묻는다.

“응. 차를 길가에 주차해 놓아서 물만 떠 가지고 갑시다.”

이렇게 둘려대고는, 물을 받아 서둘려 하산을 하여 차에 시동을 건다.

차에 타는 아내의 손을 잡고

“여보 나 오늘 사실은 초등학교 모임에 가야 되요.” 하니

“아내는 안 돼요. 오늘은 막내 개업식에 꼭 가야한다 말이에요.”

“그래 갔다가 갈 거야.”

볼멘소리로 말을 하니 아내는 손을 빼면서,

“항상 이런 식이야 독선적이고 자기중심적이고 고집불통이고 배려는 찾아볼래야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 하며 푸념을 늘어놓는다.

집으로 갈까하다가 오늘 개업하는 막내동서 집으로 핸들을 돌린다. 철물점을 하는 막내 동서는 사 놓았던 땅에 5층으로 오피스텔 건물을 새로 건축하여 오늘, 준공식 겸 새로 개업식을 하는 날이다.

살림집으로 새로 꾸민 5층으로 가니 눈이 휘둥그레지게 궁전처럼 꾸며 놓았다.

장인장모님이 방에서 나오시며 자네 왔는가? 하시면서 손을 잡아주신다.

아침밥을 얻어먹고 롯데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가는 길에도

아내는 얼굴 한번 주질 않는다.

 

@대구로

 

“성렬아 어디야?”

“ 응 지금 막 출발하려고 한다.”

서울에서 출발한 친구들과 함께 가기위해 차를 타기위해 집을 나선다.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옷깃을 여위어도 불어오는 바람이 차갑게 느껴진다.

고속도로 변에서 차를 타고 보니 달랑 3명이다.

“다른 애들은?”

“응 모르겠다.” 이렇게 대답하는 성렬 이의 목에 힘이 빠진다.

차는 쉼 없이 달려 칠곡 휴게소에서 주유를 하고 병철 이에게 전화하여 모임장소 주소를 물으니 아직 가는 중이라 한다.

승녕이게 전화하여 장소를 물으니 지금 가는 중이라고 하면서 팔공산 동화사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오라고 한다.

동호에게 전화하니 승녕이와 똑같은 얘기를 한다.

나는 속으로 ‘야이 친구들아 동화사를 못 찾는데 어떻게 케이블카 타는 데를 찾아간다 말이고’ 하며 중얼거렸다…….

 

@山中 식당

 

동화사 가는 길에 가로수는 낙엽을 떨어뜨리고 앙상한 가지만 불어오는 삭풍에 흔들리고 떨어진 낙엽이 길가에 수북이 쌓여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왠지 쓸쓸함을 준다. 그나마 우리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것은 늦가을의 화사한 햇볕이 눈부시게 비추는 게 반갑다.

팔공산 기슭에 자리 잡은 산중식당은 2층 아담한 양옥 건물로, 1층에서는 울릉초등학교 동창회를 하고 있었고 우리는 2층에서 모임장소를 정했다. 식당에 들어서니 먼저와 있던 친구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자리에 앉아 차려진 음식들을 보니 박영서가 가져온 과메기와 식당에서 제공하는 오늘의 주 메뉴 ‘금상첨화’(생오리구이,로스구이,낙지오리주물럭,들개수제비)가 먹음직스럽게 차려져있다. 음식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황병철이의 사회로 총회가 시작되었다.

 

@ 2009정기 총회

 

새롭게 초등학교모임을 끌어갈 임원을 새롭게 뽑아야 한다.

지금까지 고생한 권성렬이게 한 번 더 수고 할 것을 권했으나 한사코 사양하여 사회를 보고 있는 황병철을 추천했으나 사양을 한다. 이용호를 추천하였으나 사양. 신동호 사양, 박영서 사양, 육종영 사양, 이승녕사양......

이렇게 하다가는 회의로 날밤 세우겠다. 나는 이 상황을 빨리 끝내고 싶어 이용호가 회장을 맡으면 내가 총무로 봉사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하여 2010년부터 우리 모임을 이끌어 갈 새로운 임원들이 새롭게 구성되었다.

함께한 친구들

권오관,권오근,김병일,김무희,김순남,김순옥(대구),김옥심,김윤옥,남명희

류시오,백남열,신경희,신천수,오순달,이경호,이승녕,이원철,이희락,이희석

전병학,황병철,권성열,짐재광,김점술,육종영,장호규,이정흥,김명화,신건호

이용호,김달규,박영서,이무화,김찬규,김계용,신동호

새로운 임원진들

회장:이용호

남자총무:육종영

여자총무:김옥심

카페운영지기:김무희,육종영 이렇게 총회에서 결정 되었다.

“새롭게 구성된 임원진들은 지금까지 잘 해 오신 전임 총무님들의 노고에 머리 숙여 감사의 말씀을 전하면서 그 토대위에, 지금까지 참석지 못한 친구들을 최대한 모임에 참석할 수 있도록 겸손한 자세로 배려하고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는 확고함으로 하되 부드럽고 낮은 자세로 앞으로 2년간 기틀을 세우는데 최선을 다 할 작정입니다.

친구들 도와주실 거죠?”

 

@죽은 줄 알았던 친구가!

 

“친구야 반갑데이!”

흐느적거리는 불빛에 이마를 반짝이며 여학생들의 손을 잡고 부르스를 치는 이희락이 예쁜 사람하고 춤추라고 사양하는 여학생에게

“네가 안이쁘면 내가 와 춤추자고 하겠노. 예쁘니까 한 바퀴 돌자고 하지. 내가 책임질게!” 하며 능수능란하게 스텝을 밟는다.

한사람씩 돌아가며 노래하고 춤추며 이렇게 친구들의 체온의 열기로 노래방의 기온을 덥히고 나는 땀을 닦기 위해 밖에 나오니 이것이 누구인가? 우리가 위중국민학교 졸업을 70년2월에 했으니까 그 후로 한 번도 얼굴을 못 본 김계용이가 삶에 잘 훈련된, 세련된 모습으로 서있는게 아닌가! 그러나 외모에서 풍기는 모습은 세월의 흔적을 숨길 수가 없다. 어릴 적 그렇게 오동통하고 예쁜 소녀가 어느새 지천명의 중후한 삶의 세파에 시달린 모습의 중늙은이 모습으로 변해버리게 한 세월이 야속하기만 할 뿐이다. 일일이 돌아가며 반갑게 악수하고 노래한곡을 하고 밖에서 기다리는 남편 때문에 가야한다 말하며 서둘러 나간다. 나와 찬규가 남편에게 인사하고 차안을 둘러보니 아기사진이 붙어있다 누구냐고 물으니 손자라고 말한다. 어느새 할머니가 되었단 말인가. 차문을 닫으며 작별인사를 하고 돌아서며 하늘을 쳐다보니 가로등에 흐려진 별들이 반짝인다. 노래방으로 돌아오니 아직도 노래는 계속되고 흔들리는 조명을 받으며 팔공산의 밤은 그렇게 깊어만 간다.

 

@숙소에서

 

잠자리는 ‘프로포즈모텔 커다란 온돌방 두 개를 잡았다.

방 하나에는 남학생들이 이불을 쭉 깔고 누웠는데 아직도 여흥에 미련이 남았는지 희석이가 오징어와 땅콩에 쇠주 몇 병을 더 가지고와서 방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소주 판을 벌린다.

밀폐된 공간에서 서너 명이 품어내는 담배연기와 왁자지껄한 경상도 친구들의 투박한 잡담소리에 영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 왠수들아 잠좀자자” 하니 오순달이가

“이 문디 자슥아 니 잠잘라꼬 왔나? 디질라고” 하며 발바닥을 간지린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어느새 새벽3시30분이다. 나는 머리도 아프고 목이 깔깔하여 밖으로 나오니 팔공산 한티제의 마파람이 차갑게 볼에 와 닿는다.

 

@희석이의 차를 타고

 

다른 친구들은 도회지로 나가 사는데 유일하게 고향을 지키며 농사를 짓는 신건호가 한잔 더 하자고 한다.

나는 고향을 지키는 건호에게 무엇인가 조그마한 보상이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희석이가 “종영아 너 술 안마셨지 그럼 니가 운전해라” 하며 키를 준다.

운전을 하면서도 불안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몇 잔 마신 맥주기운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기 때문도 있겠지만 대구길 눈이 어두울 뿐만 아니라 혹시라도 단속에 걸리까봐 심리적으로 위축되니 자연스럽게 운전이 불안하다. 이런 생각을 하며 운전을 하고 있는데 건호가

“종영아 니하고 희석이 하고는 아직도 팽팽하다. 허리도 안 아프제? 나는 뼈빠지게 농사일 하느라 허리가 아파죽겠다. 어디 황토방에 가서 몸을 지지고 땀을 좀 빼고 나면 좋을 것 같데이”

하는 건호를 위해 찜질방에 들어갔다.

샤워를 하고 나니 피곤한 몸이 좀 시원해진다.

희석아 이왕 이렇게 나왔으니 대구 시내 구경이나 한번하고 가자 그렇게 말을 하니 대구 볼 것이 뭐있는데 하면서도 나를 위해 흔쾌히 따라온다. 시내로 나오니 새벽이라 그런지 도로는 한산한 편이다.

나도 모르게 액셀러레이터에 힘이 들어간다. 맘 것 달리며 대구의 공기를 피부로 느끼며 그렇게 시내 구석구석을 3시간여 누비고 나니 먼동이 떠오른다.

 

@동해 횟집

 

신경자의 아들결혼식에 참석하고 점심은 김순옥이의 사위가 운영하는 동해횟집에 와서 매운탕과 아귀찜으로 점심을 먹었다.

횟집이 참 깔끔하고 음식 맛이 담백하다.

장모의 친구들이 와서 그런지 이것저것 서비스 음식들이 많이 들어온다. 이렇게 장사해서 부자 되겠다 하니 순옥이가 웃는다.

이제 각자 생업 터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2시40분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경부고속도로에 차를 올려놓으니 차가 무척 막힌다.

서울까지 오는데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렸지만 강변역에 도착하여 시간을 보니 8시 30분이다. 집에 도착하여 샤워를 하고 누우니 어젯밤은 꼬박 새워 몸은 피곤하였으나 잠이 오질 않는다.

내일은 해가 솟을 것이고 그럼 또 다른 하루가 아닌 개미쳇바퀴 돌 듯 이 반복된 삶이 기다리고 있겠지…….

2009.11.23일 만경산(육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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