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고 물 건너...

체육대회를 다녀와서 ~~

만경산 2010. 10. 5. 11:13

아침에 눈을 떠 창문을 열고 하늘부터 살핀다.

처서를 지나 한로까지 지난 아침공기가 서늘함으로 코끝에 다가온다.

어제저녁 제천 한방엑스포에 다녀오며 잠시 금정역에서 후둑후둑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양복을 곱게 차려입은 정규홍이를 만났다.

일본서 손님이 와 체육대회에 함께 가지 못함을 미안해하며 내 얼굴이라도 봐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며

비 속을 그렇게 찾아온 친구 그 마음 헤아리고도 남음이 있다.

아침은 지난주 예산 처갓집에서 캐온 고구마 두개와 토마토 한 개 우유 한 잔으로 요기를 하고 신문을 찾는데 보이질 않는다. “여보, 신문 어디있어요? 이 양반이 오늘 무슨 날인지나 아세요!" 하며 외출준비에 분주히 움직이며

"당신은 오늘 왜 이리 태평이야 어서 당신도 교회 갈 준비해요." 하며 고운 눈을 흘긴다.

나는 그때까지 오늘이 토요일로 착각했던 것이다.

“여보, 나 오늘 고향가야 해 당신 혼자가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내의 고운 눈은 어느새 호랑이 눈이 되어

토끼 잡는 호랑이로 변한다. "아야야 신랑 귀 떨어진다. 누구는 귀 없는 병신 신랑하고 살겠네."

그래 병신 신랑이라도 좋으니까 육신의 불구보다 영혼 불구신랑은 정말 꼴불견이다 하며 아내는 분을 삭이지 못한다.

나는 얼른 옷을 대충입고 밖으로 나오며 황무영에게 전화하여 빨리 오라고 한다.

무영이 차에는 상옥이와 춘연이가 타고 있다.

차는 쉼 없이 달려 낙단교를 지나 만경산을 끼고 돌며 안계벌판을 달린다.

나락은 어느새 황금색으로 변하였고 길 옆에는 코스모스가 한들한들 흔들며 우리들의 귀향을 반긴다.

교정에 들어서니 동문들이 타고 온 차들로 분비고 주차할 곳을 찾다보니

어제 내린 비로 황토 흙이 질퍽해진, 위수강이 보이는 구석진 곳이 있었다.

그 곳차를 주차하고 운동장으로 내려가니 운동장은 천연 잔디로 깔려있고 미리와 있던

친구들과도 일일이 반갑게 손을 맞잡는다.

2년 후면 우리 기수가 주체가 되어서 체육대회를 해야한다.

나는 게임에 참여하면서도 집행부의 기획 연출 예산 진행 등등을 꼼꼼이 살피면서

옛 추억이 서린 교정 구석구석을 둘러보니 만감이 교차 한다.

조성래가 둘둘이오 친구들의 단체사진을 찍고 저녁예배에 참석하기위해 3시30분에 서둘러 상경을 한다.

단밀을 지나 만경산 기슭을 지나는 생송을 지날 때는 핸들을 잡은 손이 나도 모르게 떨린다.

아마 지금쯤 만경산 골짜기마다 밤송이가 입을 벌리고 다래 머루가 풍성했던 골골이 머리에 맴돌고 부모님과 어르신들이

모두 돌아가시고 안 계신 내 고향 용암동은 너무나 한산하다.

이곳저곳 추억이 서린 골목과 텅 빈 집들만이 적막함을 느끼게 한다.

이런 고향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은 못내 안타깝기만하다.

이런 저런 마음에 속리산 휴게실에 도착하여 운전을 무영이에게 맡기고 나니 그제서야 속리산의 풍광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여름 그렇게 강렬했던 햇살도 어느새 빛을 누그러뜨렸고 나뭇잎들도 초록의 푸른 기상을 잃고

갈색을 띄기 시작한 것을 보면 분명 가을도 무르익어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11월 6일에 속리산에서 만날 때쯤에는 아마 갈색 단풍의 풍요로움이 원숙함으로 우리들의 만남을 축복해 줄 것이다.

 

2010.10.05 만경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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