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아직도 집사람은 다리골절로 거동이 불편하고 아들이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데 나 혼자 휴가기간에 봉사활동이라는 명목으로 집을 비운다는 것이 어쩌면 현실도피성인 것 같아, 마음에 갈피를 잡을 수 가없다.
그러나 어찌하랴! 벌써 직장동호회원들과 약속을 하였는데, 이런 저런 생각으로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동료들이 배낭을 메고 분 주이 움직이며 떠날 준비하느라 여염이 없다.
직장 동호회원 20여명과 시에서 지원받은 수해복구장비, 짚게차.살수차.덮프트럭.업무용차량2대 및 수해구호 물품다수 등을 실고 9시 정각에 서울을 출발하였다.
@출 발
서울 외곽순환도로를 따라 영동고속도로에 차들을 올려놓으니, 휴가철이라 고속도로가 주차장을 방불케 하고 차량정체가 무척 심하다.
문막휴게소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진부I.C를 통과한 시간이 2시 30분이다.
조그마한 진부읍내가 수해복구 차량들과 군인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고
그리고 자원봉사단체 사람들로 조용한 읍내가 왁자지껄하다.
평창군 진부면 수해물품 접수처에 위문품을 접수하고, 진부면 직원의 안내로 봉사활동 하기로 한 수해복구 현장인
평창군 진부면 송산리 김성식씨 집에 도착하였다.
@수해지역 복구현장 1일째
김씨 집은 앞쪽에는 오대천이 유유히 흐르고 있고, 집 뒤로는 오대산의 자락인 선이산이 둘러싸고 있어, 마치 봉황이 알을 품고 있는 듯한, 아름다운 곳이다.
개울을 따라 30여 미터 쯤 내려가니, 마을 뒷산이 내리는 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25년~30년 쯤 되는 소나무,전나무등이 토사와 함께 만여평의 도라지밭과,양배추밭과,감자밭과 집을 덮친, 산사태 현장의 모습은 마치시베리아의 화산이 폭발한 것 같이 쑥대밭이 되어있어,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할지 망막하기만 하다.
우리들은 먼저와 작업을 하고 있는 공주시청사람 들과 합세 하여,쓸려져 내려온 잡목들을 치우는 작업을 하였다. 공주시청 분들이 전기톱으로 나무를 잘으면 우리들은, 자른 나무들을 트럭에 옮겨 싣는 작업을 하였다.
뙈약볕에 땀은 비 오듯이 쏟아지고, 숨을 헐떡 거리면서도 누구하나 몸 사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동료들이 눈물겹도록 고마웠다.
저녁 7시30분까지 작업하고, 늦은 시간에 먹는 저녁은 모두가 시장한지 마파람에 개눈 감추듯,2공기씩을 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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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구 작업 2일째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지, 아니면 옆자리에서 자는 동료들의 코 골이가 자갈밭에 탱크 지나가는 듯한 소리에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자는둥 마는둥한대 해뜨기 전에 작업을 하자고 새벽부터 깨운다.
어제 불과 4시간 작업을 했을 뿐인데, 몸은 두들겨 맞은 것처럼 쑤시고 아프며, 얼굴은 확 끈 거리고 가슴 팍엔 땀띠가 여드름처럼 나있다.
어제와 마찬 가지로 공주시청 사람들과 함께 작업을 했다.
점심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식당에서 배달 시켜 먹었다. 중노동에 모두가 시장했던지, 식욕이 왕성하다.
참으로 사람의 힘이 위대함을 느껴본다. 망막하기만 했던 수해 현장이 불과 50여명과 중장비의 노력으로 예전의 밭의 모습을 찾아 가는 모습을 보며 내 스스로에게 자문하여 본다. 이번 휴가는 내 삶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떠나 올 때 , 갈등이 어느새 까맣게 지워져 있는 것을 보곤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띠운다.
@ 3일 째 복구 현장
오늘도 어제와 같이 김씨네 집 주변 수해현장의 복구를 새벽에 다하고, 서울로 철 수하기전에 횡계 용평스키장 주변에 오전 작업을 하고, 철수 할 예정이다.
서울로 떠나기 전 진부면 하진부1리 산사태로 마을 청년 2명이 매몰되어 사망한 곳에 가 보았다.죽은 청년의 사연은 듣고 참으로 기가 막혔다.
“서울에서 제약회사에 다니는 청년이 고향에 비가 많이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고향에 달려가 마을 뒷산에서 내려오는 토사에 하수가 막히고 물이 역류하여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위해 마을 사람 10여명이 도랑을 내던 중 산이 무너져 마을 사람들이 매몰되어 청년2명이 마을 사람들 보는 앞에서 죽었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들의 인생은 행복과 불행이 함께 있고, 삶과 죽음이 붙어 있음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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